수도꼭지만 틀면 콸콸 나오는데, 왜 물 부족 국가였을까
초등학교 시절 사회 시간, 선생님이 칠판에 크게 써두셨던 문장. "대한민국은 물부족 국가입니다." 그때는 무슨 뜻인지 잘 몰랐습니다. 집에서 수도꼭지만 틀면 물이 콸콸 나오는데, 대체 어디가 부족하다는 건지 이해하기 어려웠죠. 1990년대 후반부터 2000년대 초반까지, 이 표현은 교과서와 뉴스에 자주 등장했습니다. 당시 UN이 발표한 기준에 따르면 우리나라는 '물 스트레스 국가'로 분류되었기 때문입니다.

1인당 연간 강수량 vs 실제 사용 가능한 물
UN이 정한 기준은 간단합니다. 1인당 연간 이용 가능한 수자원량이 1,000톤 미만이면 물 부족 국가, 1,700톤 미만이면 물 스트레스 국가로 분류합니다. 우리나라는 연평균 강수량이 1,200mm로 세계 평균보다 많지만, 인구 밀도가 높고 국토 면적이 좁아 1인당 가용 수자원량은 1,500톤 내외에 머물렀습니다. 여기에 여름철 집중 호우로 강수량의 60% 이상이 몇 달 사이에 쏟아지다 보니, 실제로 저장하고 사용할 수 있는 물의 양은 더 줄어들었습니다. 평균 강수량은 많지만 사용 가능한 물은 적다는, 다소 역설적인 상황이었죠.
댐과 정수 시설의 발전, 그리고 절수 기술
2000년대 이후 상황은 조금씩 달라졌습니다. 대규모 댐 건설과 정수 시설 확충, 하수 재이용 기술 발전 덕분에 물 관리 능력이 크게 향상되었습니다. 절수형 샤워기와 변기, 세탁기 같은 가전제품도 보편화되면서 1인당 물 사용량도 줄었습니다. 2023년 기준 우리나라의 1인 1일 평균 물 사용량은 약 280리터로, 10년 전보다 15% 이상 감소했습니다. 기후변화로 가뭄이 잦아진 건 여전히 문제지만, 기술과 인프라의 발전으로 '절대적 물 부족'은 상당 부분 해소된 셈입니다.

그래도 절수는 계속해야 하는 이유
물 관리 기술이 발전했다고 해서 물을 마음껏 써도 된다는 의미는 아닙니다. 기후변화로 강수 패턴이 불규칙해지면서, 가뭄과 홍수가 동시에 찾아오는 극단적 상황이 늘고 있습니다. 지하수 고갈, 수질 오염, 에너지 소비 증가 같은 문제도 여전합니다. 결국 '물 부족 국가'라는 표현이 과거보다 덜 심각해 보이더라도, 일상에서의 절수 습관은 계속 이어가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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