녹차를 건강 음료로 여겨 하루 여러 잔 마시는 중장년층이 적지 않다. 녹차는 특유의 쌉싸름한 맛과 향긋함으로 오랫동안 사랑받아 온 대표적인 차(茶)다. 특히 체지방 감소와 항산화 작용에 도움을 주는 것으로 알려지면서 다이어트나 건강 관리를 목적으로 물 대신 녹차를 즐겨 마시는 사람들도 많다. 하지만 녹차에도 커피 못지않게 카페인이 들어 있어 과하게 마시면 불면증, 위장장애 같은 부작용이 나타날 수 있다. 특히 시중 일부 녹차 음료나 카페에서 판매하는 메뉴는 카페인 함량이 기준치를 훨씬 넘는 경우도 있어 각별한 주의가 필요하다.

녹차 한 잔에도 카페인 20~80mg 함유
우리가 흔히 마시는 녹차 한 잔(약 180~200ml)에는 티백 기준 약 20~40mg, 분말 녹차는 약 30~60mg, 말차는 약 40~80mg의 카페인이 들어 있다. 일반적인 아메리카노 한 잔에 약 100~150mg의 카페인이 들어 있는 것과 비교하면 상대적으로 적은 양이다. 그러나 커피보다 부담이 덜하다는 생각에 하루 여러 잔을 물처럼 마시다 보면 카페인 섭취량이 빠르게 늘어난다. 식품의약품안전처가 권고하는 성인 카페인 하루 최대 섭취 권장량은 400mg 이하(임산부는 300mg 이하)로, 일반 티백 녹차를 5잔 이상 마시거나 진한 말차를 3~4잔만 마셔도 권장량에 쉽게 가까워질 수 있다.
게다가 시중 카페나 편의점에서 판매되는 가공 녹차 음료는 카페인 함량이 예상보다 훨씬 높은 경우가 많다. 2018년 실시된 한 조사에 따르면, 시중에 유통되는 38종의 녹차 음료 중 21종이 고카페인 기준인 1L당 150mg을 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심지어 일부 제품에서는 1L당 최대 577mg의 카페인이 검출되기도 했다. 특히 찻잎을 통째로 갈아 만든 말차를 사용한 제품일수록 카페인 농도가 월등히 높은 편이므로, 달콤한 맛에 가려진 카페인 함량을 간과해서는 안 된다.
과다 섭취 시 불면증·위장장애 유발
하루 300mg 이상의 카페인을 지속적으로 섭취하면 불안감, 초조함, 불면증, 위장장애, 두통, 심박수 증가 같은 전형적인 카페인 부작용 증상이 나타날 수 있다. 물론 녹차에는 커피에 없는 특별한 성분들이 있어 카페인의 작용 방식이 조금 다르다. 녹차의 떫은맛을 내는 폴리페놀의 일종인 카테킨(Catechin)과 아미노산의 일종인 L-테아닌(L-Theanine) 성분이 카페인의 체내 흡수를 늦춰주기 때문이다. 특히 L-테아닌은 뇌의 알파파 발생을 증가시켜 심신을 안정시키고 스트레스를 완화하는 효과가 있어, 커피를 마셨을 때처럼 급격한 각성 상태나 가슴 두근거림이 덜 나타나게 돕는다.
하지만 이러한 완충 효과에도 불구하고 누적 섭취량이 많아지면 결국 체내에 쌓인 카페인으로 인해 부작용은 동일하게 나타난다. 특히 평소 위장이 약하거나 수면 장애를 겪고 있는 사람이라면 녹차 섭취에 더욱 주의해야 한다. 공복 상태에서 진하게 우린 녹차를 마시면 카페인과 카테킨 성분이 위산 분비를 촉진해 속쓰림, 소화불량, 위장 점막 자극 등의 불편감을 유발할 수 있다. 또한, 고용량의 녹차 추출물이나 카테킨을 무분별하게 섭취할 경우 간 기능에 부담을 줄 수 있다는 보고도 있으므로 적정량을 지키는 것이 중요하다.
녹차 선택 시 카페인 함량 확인 필요
녹차의 유익한 항산화 성분과 심신 안정 효과를 건강하게 누리려면, 제품별 카페인 함량을 꼼꼼히 확인하는 습관을 들이는 것이 큰 도움이 된다. 카페에서 말차 라떼나 고농축 녹차 프라푸치노 같은 음료를 주문할 때는 카페인 함량이 상당히 높을 가능성이 크므로 하루 섭취량을 조절해야 한다. 반면, 집이나 사무실에서 가볍게 즐기는 일반 티백 녹차는 카페인이 상대적으로 적어 일상적인 섭취에 부담이 덜하다.
카페인에 민감한 체질이라면 녹차를 우리는 방식을 바꾸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녹차의 카페인과 카테킨 성분은 뜨거운 물에 오래 담가둘수록 더 많이 우러나오는 특성이 있다. 따라서 물의 온도를 한 김 식힌 70~80도 정도로 맞추고, 티백이나 찻잎을 우리는 시간을 1~2분 내외로 짧게 조절하면 카페인 섭취를 효과적으로 줄일 수 있다. 최근에는 카페인 성분만 선택적으로 제거한 '디카페인 녹차' 제품도 시중에 다양하게 출시되어 있으므로, 저녁 시간대나 임산부 등 카페인 섭취가 조심스러운 사람들에게 훌륭한 대안이 될 수 있다.
결론적으로 녹차는 카테킨, 비타민, 미네랄 등이 풍부해 적정량 섭취 시 노화 방지와 면역력 강화 등 건강에 다방면으로 도움이 되는 훌륭한 음료다. 하지만 과유불급이라는 말처럼, 하루 5잔 이상 과도하게 마시거나 커피, 에너지 음료, 콜라 등 다른 카페인 함유 식품과 함께 섭취한다면 하루 총 카페인 섭취량을 반드시 점검해야 한다. 만약 녹차를 마신 후 불면증, 가슴 두근거림, 위장 불편감 등의 증상이 지속된다면 즉시 섭취량을 줄이거나 전문의와 상담하여 자신의 체질에 맞는 건강한 음용 습관을 찾는 것이 바람직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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