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이 들수록 깜빡하는 일이 잦아지고 방금 한 말도 기억나지 않아 불안한 중장년층이 늘고 있다. 하지만 80세 이상임에도 50~60대 수준의 기억력과 인지 능력을 유지하는 사람들이 있다. 이들은 '슈퍼에이저'로 불리며, 최근 연구에서 그들의 뇌가 일반 고령자와 구조적으로 다르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해마 신경세포 2배…슈퍼에이저 뇌 구조 차이 확인
슈퍼에이저는 2007년 미국 노스웨스턴대학교 알츠하이머 질환센터에서 처음 정의한 용어다. 80세 이상이면서 인지 기능이 50~60대 수준인 사람들을 가리킨다.
2026년 2월 국제학술지 《네이처(Nature)》에 발표된 미국 일리노이대 시카고 오를리 라자로프(Orly Lazarov) 교수 연구팀의 논문('성인과 노화, 알츠하이머병에서의 인간 해마 신경 생성')에 따르면, 슈퍼에이저의 해마에서는 건강한 노인 대비 약 2배 많은 미성숙 신경세포가 발견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해마는 새로운 기억을 만들고 저장하는 뇌 부위로, 나이가 들수록 이곳의 신경세포 생성 속도는 느려지는 것이 일반적이다.
뇌 영상 연구에서도 슈퍼에이저들은 또래보다 대뇌 피질이 두껍고 회백질이 많았다. 알츠하이머병과 관련된 신경섬유 손상도 적게 나타났다. 스페인 마드리드공과대학 연구팀은 슈퍼에이저의 뇌 수축 속도가 일반 고령자보다 현저히 느리며, 특히 운동과 관련된 회백질 밀도가 높다는 점을 확인했다.
유전적 요인도 영향을 미친다. 관련 연구들에 따르면 슈퍼에이저는 알츠하이머 위험 유전자인 APOE4 보유 확률이 상대적으로 낮고, 뇌 보호 유전자가 더 많이 발견되는 경향이 있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유전보다 생활습관이 슈퍼에이저가 되는 데 더 큰 영향을 미친다고 설명한다.
신체·인지·사회 활동…슈퍼에이저 만드는 핵심 습관
전문가들은 슈퍼에이저들의 생활 특성을 분석해 공통적으로 나타나는 주요 습관들을 추출했다. 이들은 크게 신체 활동, 인지 자극, 사회·정서 관리, 생활 관리 네 가지 범주로 나뉜다.
신체 활동으로는 계단 오르기, 정원 가꾸기, 적절한 유산소 운동이 포함됐다. 이런 활동은 뇌로 가는 혈류량을 증가시켜 회백질을 유지하고 뇌 수축을 억제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인지 자극은 잦은 독서, 새로운 경험 시도, 악기나 컴퓨터 배우기가 대표적이다. 책이나 신문을 자주 읽고 다양한 경험을 시도하는 습관은 인지 예비능을 강화한다. 인지 예비능은 뇌 손상이 있어도 인지 기능을 유지할 수 있는 뇌의 여유 능력을 뜻한다. 슈퍼에이저들은 학력이나 IQ에서 일반 고령자와 큰 차이가 없었지만, 50~60대 수준의 인지 검사 점수를 기록했다.
사회적 관계도 중요한 요인이다. 활발한 사회생활을 유지하고 불안과 우울을 낮게 유지하는 긍정적 성격이 집행 기능을 높인다. 집행 기능은 판단력, 계획 수립, 문제 해결 같은 고차원적 뇌 기능을 가리킨다. 생활 관리 측면에서는 충분한 수면, 담배와 술 절제, 정상 혈당 유지, 빠른 반응 속도가 전체 인지 기능을 높이는 것으로 확인됐다.

중년부터 관리해야…생활습관이 뇌 건강 좌우
슈퍼에이저 연구를 주도한 전문가들은 "중년부터 신체·인지·사회 활동을 늘리고 건강을 관리하면 누구나 슈퍼에이저가 될 수 있다"고 강조한다. 실제로 슈퍼에이저들의 생활 패턴을 분석한 결과, 이들은 중년 시절부터 다양한 새 경험을 많이 시도하고 꾸준히 뇌를 자극한 것으로 나타났다. 알츠하이머 초기 증상도 적었고, 언어·공간·작업 기억 능력이 우수했다.
이대목동병원 신경과 김건하 교수는 "뇌를 많이 자극하는 새로운 활동을 하는 것이 좋다"며 "새로운 악기나 컴퓨터를 배우는 등 호기심을 잃지 않고 늘 무언가를 배우려는 자세가 인지 기능 유지에 큰 도움이 된다"고 설명했다. 단, 기억력 감퇴가 일상생활에 지장을 줄 정도로 심하거나 빠르게 악화된다면 전문의 상담이 필요하다. 슈퍼에이저가 되는 길은 유전이 아닌 생활습관에서 시작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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