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년기 청력 저하를 가볍게 여기다가는 치매 위험을 크게 높일 수 있다. 난청을 방치하면 뇌로 전달되는 청각 자극이 줄어들면서 인지 기능이 빠르게 저하되기 때문이다.
실제 존스홉킨스 의대의 연구에 따르면, 고도 난청을 방치할 경우 치매 발생 위험이 정상인보다 최대 5배까지 높아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청각 자극 감소가 뇌 기능을 떨어뜨린다
귀가 잘 안 들리면 단순히 소리를 못 듣는 것에 그치지 않는다. 청각 신호가 뇌로 전달되지 않으면서 뇌의 청각 영역이 점차 위축된다.
이는 기억과 판단을 담당하는 인지 영역까지 영향을 미치게 된다. 소리를 듣기 위해 뇌가 과도한 에너지를 사용하게 되면서, 인지 기능에 쓰여야 할 뇌 자원이 고갈되는 '인지 과부하' 현상이 발생하기 때문이다.
존스홉킨스 의대 연구진은 난청 환자의 뇌 MRI를 분석한 결과, 청력이 저하될수록 뇌 조직이 빠르게 감소한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청각 자극이 줄어들면 뇌가 받는 정보량이 감소하고, 이것이 곧 인지 기능 저하로 이어지는 것이다.

경도 난청만 있어도 치매 위험 약 2배
청력 저하 정도에 따라 치매 위험도 달라진다. 경도 난청의 경우 치매 발생 위험이 정상인보다 약 2배 높아지며, 중등도는 약 3배, 고도 난청은 최대 5배까지 위험이 증가한다.
세계적인 의학 학술지 란셋(Lancet)은 중년기 청력 저하를 '예방 가능한 치매 위험 요인' 중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요소로 지목했다.
또한, 최근 국내 연구에 따르면 한쪽 귀만 잘 안 들리는 편측성 난청이 있어도 알츠하이머 발병 위험이 약 1.49배 높아지는 것으로 확인되었다.
문제는 많은 사람이 청력 저하를 노화의 자연스러운 과정으로 여기며 방치한다는 점이다. "조금 불편한 정도"라고 생각하며 넘어가지만, 그 사이 뇌는 점점 자극을 잃어간다.
보청기 착용으로 인지 저하 속도 약 48% 감소
다행히 보청기를 통해 청각 자극을 회복하면 뇌 기능 저하를 늦출 수 있다. 미국 국립보건원(NIH)이 지원한 대규모 연구(ACHIEVE)에 따르면, 치매 고위험군 고령자에게 보청기 등 청각 중재를 시행한 결과 3년 동안 인지 저하 속도가 약 48% 늦춰진 것으로 나타났다.
보청기는 단순히 소리를 증폭하는 장치가 아니라 뇌에 지속적인 자극을 제공하는 도구다. 귀로 들어온 소리가 뇌의 청각 영역을 활성화하고, 이것이 다시 인지 영역까지 긍정적인 영향을 미친다.

전문가들은 청력 저하를 발견하는 즉시 보청기를 착용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조언한다. 청력이 한 번 손실되면 자연 회복이 어렵기 때문에, 뇌 기능이 떨어지기 전 골든타임을 놓치지 않아야 한다.
이명도 청력 저하 신호일 수 있다
귀에서 '삐' 소리가 들리는 이명 증상 역시 청력 저하의 초기 신호일 수 있다. 이명은 들리지 않는 주파수의 소리를 보상하기 위해 뇌가 비정상적으로 활동하면서 만들어내는 소리인 경우가 많다.
금방 사라지는 경우가 많아 대수롭지 않게 넘기지만, 이명이 반복된다면 청력 검사를 받아볼 필요가 있다.
이명은 청각 기능이 떨어지기 시작할 때 뇌가 보내는 경고 신호다. 방치하면 난청으로 진행될 수 있으므로 조기에 전문의 상담을 받는 것이 바람직하다.

대화 줄어들면 뇌 자극도 줄어든다
난청이 있으면 자연스럽게 대화가 줄어든다. 잘 안 들리니 말을 건네기도, 대답하기도 귀찮아진다.
이렇게 사회적 고립이 시작되면 뇌가 받는 언어적·감정적 자극이 급격히 감소한다. 사회적 고립 자체도 치매를 유발하는 강력한 독립적 위험 요인 중 하나다.
결국 청력 저하는 단순한 귀의 문제가 아니라 뇌 건강 전체에 영향을 미치는 요인이다. 소통이 줄어들면 인지 기능 저하와 치매 위험이 함께 높아질 수 있다.
청력이 조금이라도 불편하다면 미루지 말고 청력 검사를 받고, 필요하면 보청기를 착용해 뇌에 지속적인 자극을 제공하는 것이 치매 예방의 첫걸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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