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리 북역의 아침 공기는 차갑고 선명했어요. 플랫폼에 늘어선 은빛 열차들 사이로 쏟아지는 햇살, 갓 구운 크루아상 냄새와 에스프레소 향이 뒤섞이며 여행의 설렘을 키웠죠. 손에 든 유레일패스를 확인하는 순간, '이제 진짜 시작이구나' 싶었어요. 비행기로 몇 시간이면 끝날 거리지만, 버스와 열차로 천천히 이어가는 유럽 종주는 완전히 다른 이야기를 들려주거든요. 창밖으로 흐르는 풍경, 옆자리 승객과의 짧은 대화, 정차한 작은 마을의 간이역까지—모든 순간이 여행 그 자체가 되는 경험이에요.
버스와 열차, 유럽을 가로지르는 가장 현명한 선택
유럽 종주를 계획할 때 많은 분들이 비행기를 먼저 떠올려요. 하지만 버스와 열차는 단순한 이동수단 이상의 가치를 지니고 있어요. 가격은 저가 항공보다 비쌀 수 있지만, 도심에서 도심으로 바로 연결되는 편리함과 짐 무게 제한 걱정 없는 자유로움은 비교할 수 없죠. 특히 26세 이하라면 유레일 글로벌패스 유스 할인을 받을 수 있고, 플릭스버스나 블라블라버스 같은 저가 버스 회사의 프로모션을 활용하면 예산을 크게 절약할 수 있어요.
실제로 파리-브뤼셀-암스테르담-베를린-프라하-비엔나-베니스-로마로 이어지는 2주 코스를 계획했을 때, 열차 패스와 야간버스를 조합하니 항공권만 사용하는 것보다 약 30% 저렴했고, 숙박비까지 절약할 수 있었어요. 무엇보다 알프스를 가로지르는 열차 창밖 풍경은 그 어떤 비행기 창문도 담을 수 없는 압도적인 아름다움이었죠.

루트 설계, 지도 위에 꿈을 그리다
유럽 종주의 첫 단계는 루트 설계예요. 서유럽을 중심으로 돌 것인지, 동유럽까지 포함할 것인지, 북유럽이나 남유럽에 무게를 둘 것인지에 따라 전략이 달라져요. 추천하는 기본 루트는 런던이나 파리에서 시작해 중부 유럽을 거쳐 남부로 내려가거나, 반대로 남쪽에서 시작해 북상하는 방식이에요.
제가 선택한 루트는 파리를 거점으로 시작했어요. 첫날 유로스타를 타고 브뤼셀로 이동했고(약 1시간 30분, 35유로), 다음 날 탈리스 열차로 암스테르담까지(2시간, 29유로 프로모션 가격). 암스테르담에서는 2박을 하며 도시를 충분히 즐긴 후, 야간버스로 베를린으로 이동했어요. 플릭스버스 야간노선은 약 20유로로 숙박비를 아끼면서 이동할 수 있는 최고의 선택이었죠.
베를린에서 프라하까지는 다시 버스로 4시간 반(15유로), 프라하에서 비엔나는 레기오젯 열차로 4시간(19유로). 여기서부터는 유레일패스를 활성화해 비엔나-베니스-플로렌스-로마로 이어지는 이탈리아 구간을 자유롭게 이동했어요. 패스 하루치 비용이 평균 50유로 정도지만, 예약 없이 자유롭게 열차를 바꿔 탈 수 있다는 장점이 크게 작용했죠.
예약과 할인, 알면 돈이 되는 실전 팁
버스와 열차 여행의 핵심은 사전 예약이에요. 유럽의 고속열차들은 출발 2-3개월 전부터 예약이 열리고, 일찍 예약할수록 가격이 저렴해요. 독일의 ICE, 프랑스의 TGV, 이탈리아의 프레체로사 모두 동일한 원칙이죠. 반대로 지역열차(RE, RB 등)는 예약 없이도 탑승 가능하고 유레일패스로 자유롭게 이용할 수 있어요.
학생이라면 ISIC 학생증은 필수예요. 대부분의 국가에서 열차 예약 시 10-25% 할인을 받을 수 있고, 일부 노선은 청소년 할인과 중복 적용되기도 해요. 플릭스버스도 정기적으로 50% 할인 프로모션을 진행하니 이메일 뉴스레터를 구독해두면 좋아요.
야간열차는 특별히 전략적으로 활용할 만해요. 비엔나에서 베니스까지 나이트젯 열차를 이용하면 침대칸 기준 약 80유로인데, 숙박비와 교통비를 동시에 해결할 수 있죠. 침대칸은 6인실 쿠셋부터 1인 디럭스까지 다양하니 예산에 맞춰 선택하면 돼요. 다만 인기 노선은 한 달 전에 매진되니 서둘러 예약하는 게 중요해요.

이동 중의 행복, 창밖이 선물하는 시간들
유럽을 버스와 열차로 종주하는 가장 큰 매력은 이동 시간 자체가 여행이 된다는 점이에요. 스위스를 관통하는 골든패스 라인을 탈 때는 매 순간 카메라 셔터를 누르게 됐고, 노르웨이 베르겐 철도는 2시간 내내 눈을 뗄 수 없는 절경의 연속이었어요. 버스 창가 자리에서 만난 석양, 기차 식당칸에서 마신 커피 한 잔, 갑자기 만난 로컬 축제까지—모든 우연이 계획보다 소중했어요.
이동 시간에는 다음 도시에 대한 리서치를 하거나, 여행 일기를 쓰거나, 현지인과 대화를 나눠보는 것도 좋아요. 프라하에서 만난 체코 할머니는 추천 레스토랑을 메모해주셨고, 로마행 열차에서 만난 이탈리아 대학생은 숨겨진 젤라또 맛집을 알려줬죠. 이런 만남들이야말로 종주 여행이 주는 가장 따뜻한 선물이에요.
비용 정리, 현실적인 예산 계획
2주간 8개 도시를 도는 유럽 종주 기준으로, 교통비만 순수하게 계산하면 유레일 글로벌패스 7일권(약 40만 원)과 추가 버스 4-5회(총 10만 원) 정도면 충분해요. 패스 없이 개별 티켓으로 구매한다면 총 50-60만 원 선이고, 프로모션을 적극 활용하면 30만 원대까지도 가능해요.
숙박은 도미토리 기준 1박 평균 2-3만 원, 식비는 하루 3-4만 원 정도 잡으면 되고, 관광지 입장료와 기타 경비를 더하면 하루 총 10만 원 내외예요. 2주면 총 200만 원 안팎이니, 항공료 제외하고도 충분히 현실적인 예산이죠. 학생 할인과 조식 포함 숙소를 활용하면 더 줄일 수 있어요.

마음에 새겨진 레일, 우리가 얻은 것들
유럽을 비행기가 아닌 버스와 열차로 종주하며 깨달은 건, 여행은 목적지가 아니라 과정이라는 오래된 진리였어요. 국경을 넘을 때마다 달라지는 언어와 풍경, 열차 안에서 나눈 짧은 인사들, 예상치 못한 지연과 그 속에서 피어난 여유까지 모든 순간이 여행의 일부였죠.
지금도 기차역 특유의 쇳소리가 들리면 그때의 설렘이 떠올라요. 느리게 가는 것이 때로는 더 많은 것을 보여준다는 걸, 유럽의 레일 위에서 배웠어요. 당신도 다음 여행에서는 조금 느린 속도로, 조금 더 깊은 여행을 경험해보길 바라요. 창밖 풍경이 선물하는 그 특별한 시간들을 놓치지 마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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