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금 전 무엇을 하려고 했는지 기억이 나지 않거나, 오늘 아침 먹은 식사가 떠오르지 않는 경험이 반복된다면 단기 기억력 상실을 의심해볼 필요가 있다. 단기 기억력 상실은 최근 정보를 잠시 저장했다가 꺼내는 능력이 떨어진 상태를 말한다.
최근에는 과도한 정보량과 스마트폰 의존도로 인해 젊은 층에서도 이른바 '디지털 치매'라 불리는 단기 기억력 저하를 호소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뇌가 스스로 정보를 기억하기보다 외부 기기에 의존하는 습관이 뇌의 기억 능력을 둔화시키는 것이다.
단기 기억력 상실, 뇌의 어느 부분이 문제인가
단기 기억력은 해마와 전두엽이 함께 관여하는 기능이다. 해마는 새로운 정보를 받아들이고 단기 기억을 장기 기억으로 전환하는 핵심적인 역할을 한다. 전두엽은 받아들인 정보를 잠시 보관하고 필요할 때 꺼내 쓰는 작업 기억(Working Memory)을 담당한다.
해마 세포가 손상되면 주로 최근에 생긴 일부터 기억을 상실하게 된다. 스트레스, 수면 부족, 음주, 약물 부작용, 뇌 손상 등이 주요 원인이 될 수 있다. 특히 극심한 스트레스를 받을 때 분비되는 코르티솔 호르몬은 해마의 세포 생성을 억제하고 기존 세포를 손상시켜 기억력 감퇴를 가속화할 수 있다. 치매와 달리 단순 단기 기억력 감퇴는 가족력보다 개인의 생활 습관과 건강 상태에 더 큰 영향을 받는다.

멀티태스킹이나 디지털 기기의 과도한 사용은 집중력을 분산시켜 단기 기억력에 부정적인 영향을 준다.
TV를 보면서 식사를 하거나 여러 일을 동시에 처리하는 습관은 뇌가 정보를 제대로 저장하지 못하게 만든다. 이런 환경이 반복되면 작업 기억 용량이 줄어들고 기억 회로가 약해질 수 있다. 뇌는 한 번에 하나의 작업에 집중할 때 가장 효율적으로 정보를 처리하고 기억에 남길 수 있다.
회복 가능성은 원인에 따라 다르다
단기 기억력 상실은 원인에 따라 회복 가능 여부가 크게 달라진다. 물질 남용이나 수면 부족, 극심한 스트레스가 원인일 경우 생활 습관 개선만으로도 기억력이 상당 부분 돌아올 수 있다. 술을 끊고 충분한 수면을 취하며 스트레스를 줄이면 뇌 기능이 점차 회복된다. 또한 비타민 B12 결핍이나 갑상선 기능 저하증, 우울증과 같은 질환도 일시적인 기억력 저하를 유발할 수 있으며, 이 경우 원인 질환을 치료하면 기억력을 온전히 회복할 가능성이 높다.
반면 뇌 손상이나 치매 초기 증상으로 인한 기억력 저하는 전문의의 정확한 진단과 치료가 필수적이다. 방향 감각 상실, 일상생활에 지장을 줄 정도로 심한 건망증, 같은 질문을 반복하는 증상이 나타난다면 신경과 진료를 받아볼 필요가 있다. 조기에 발견하고 관리하면 증상 악화를 효과적으로 늦출 수 있다.
단기 기억력 회복을 위한 생활 관리
워킹메모리를 단련하는 것이 단기 기억력 회복의 핵심이다. 멀티태스킹을 멈추고 한 번에 하나의 일에 집중하는 습관을 들여야 한다.
메모 습관도 큰 도움이 된다. 중요한 정보는 즉시 기록하고 반복해서 읽으면 뇌가 정보를 저장하는 과정을 강화할 수 있다. 독서나 퍼즐, 새로운 외국어 학습 등 뇌에 지속적인 자극을 주는 인지 활동도 뇌 신경망을 튼튼하게 만드는 데 기여한다.
가벼운 운동은 뇌 혈류를 개선하고 해마 세포를 활성화한다. 하루 약 30분 정도 걷기나 가벼운 체조를 꾸준히 하면 기억력 유지에 도움이 된다. 음악 감상이나 악기 연주도 뇌 자극에 효과적이다. 실제로 음악 치료가 알츠하이머병 환자의 인지 기능 유지와 정서 안정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
뇌 건강에 좋은 식습관을 유지하는 것도 필수적이다. 오메가-3 지방산이 풍부한 등푸른 생선, 견과류, 올리브 오일은 뇌 세포막을 보호하고 염증을 줄여준다. 베리류나 녹황색 채소와 같은 항산화 식품은 뇌의 산화 스트레스를 줄여 노화를 방지하는 데 긍정적인 역할을 한다.
수면의 질을 높이는 것 역시 매우 중요하다. 밤에 충분히 자지 못하면 뇌가 낮 동안 받아들인 정보를 제대로 정리하지 못해 기억력이 떨어진다. 수면 중에는 뇌에 쌓인 노폐물이 청소되고 단기 기억이 장기 기억으로 넘어가는 중요한 과정이 일어난다. 자기 전 스마트폰 사용을 줄이고 어두운 환경에서 약 7~8시간의 충분한 수면을 취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증상이 지속되거나 일상생활에 불편을 느낀다면 지체 없이 전문의 상담을 통해 정확한 원인을 파악하고 맞춤 관리를 시작하는 것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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