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장년층에서 점차 움직임을 조절하지 못하고 인지 기능이 떨어지는 증상이 나타난다면 헌팅턴병을 의심해볼 필요가 있다. 헌팅턴병은 유전자 이상으로 뇌의 신경세포가 서서히 파괴되는 퇴행성 질환으로, 발병 후 점진적으로 운동 기능과 정신 기능 모두에 영향을 미친다.
유전자 돌연변이가 만드는 뇌신경 손상
헌팅턴병은 4번 염색체에 위치한 HTT 유전자의 돌연변이로 발생한다. 이 유전자에 CAG라는 염기서열이 비정상적으로 반복되면서 비정상 단백질이 만들어지고, 이 단백질이 뇌의 신경세포를 점차 손상시킨다. 특히 운동 조절과 사고 기능을 담당하는 기저핵과 대뇌피질이 주로 영향을 받는다.
이 질환은 상염색체 우성 유전 방식으로 유전된다. 부모 중 한 명이라도 헌팅턴병 유전자를 가지고 있으면 자녀에게 유전될 확률이 50%에 달한다. 유전자를 물려받았다면 언젠가는 발병하게 되며, 증상이 나타나는 시기는 대부분 30~50대 중장년기다. 일부는 20대 이전에 증상이 시작되기도 하며, 이를 소아형 헌팅턴병이라 부른다.
유전자 검사를 통해 발병 전에도 헌팅턴병 유전자 보유 여부를 확인할 수 있다. CAG 반복 횟수가 40회 이상이면 헌팅턴병이 발병하며, 36~39회는 발병 가능성이 있는 중간 단계로 본다.

움직임 조절 장애부터 인지 저하까지
헌팅턴병의 가장 대표적인 증상은 불수의 운동으로, 본인 의지와 상관없이 몸이 불규칙하게 움직이는 현상이다. 팔다리가 갑자기 움직이거나, 얼굴을 찡그리거나, 몸통이 비틀리는 등의 움직임이 반복된다. 초기에는 가벼운 손동작이나 표정 변화 정도로 시작되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걷기, 말하기, 삼키기 같은 기본 동작도 어려워진다.
운동 증상과 함께 인지 기능 저하도 나타난다. 집중력이 떨어지고, 기억력이 감소하며, 판단력과 계획 능력이 저하된다. 일상적인 업무를 수행하기 어렵고, 복잡한 상황에서 결정을 내리지 못하는 경우가 많아진다. 우울증, 불안, 짜증, 공격성 같은 정신과적 증상도 동반되며, 일부는 망상이나 환각을 경험하기도 한다.
증상은 매우 천천히 진행되지만 멈추지 않는다. 발병 후 10~20년에 걸쳐 점차 악화되며, 말기에는 스스로 움직이거나 의사소통하는 것이 거의 불가능해진다. 개인차가 있지만 대부분 발병 후 약 15~20년 사이에 생명을 위협하는 합병증이 발생한다.
완치는 어렵지만 증상 관리는 가능하다
헌팅턴병은 아직 완치 방법이 없는 질환이다. 하지만 증상을 완화하고 삶의 질을 유지하기 위한 치료는 가능하다.
불수의 운동을 줄이기 위해 도파민 억제제나 항정신병 약물을 사용하며, 우울증이나 불안 증상에는 항우울제나 항불안제를 처방한다. 약물은 증상을 완전히 없애지는 못하지만 일상생활을 유지하는 데 도움이 된다.
물리치료와 작업치료, 언어치료도 중요하다. 근력을 유지하고 관절 운동 범위를 보존하며, 삼키기와 말하기 기능을 최대한 오래 유지하는 것이 목표다. 영양 관리도 필수적이다. 불수의 운동으로 에너지 소모가 많아 체중 감소가 빠르게 진행되므로, 고칼로리 식단과 부드러운 음식 섭취가 필요하다.
최근에는 유전자 치료와 원인 단백질을 억제하는 표적 치료제에 대한 임상시험이 활발히 진행 중이다.
대표적으로 유니큐어(uniQure)의 유전자 치료제 'AMT-130'은 최근 임상 1/2상에서 질병 진행을 약 75% 지연시키는 긍정적인 결과를 보였다. 반면, 로슈(Roche)의 안티센스 올리고뉴클레오타이드(ASO) 약물인 '토미너센(tominersen)'은 2021년 임상 3상(GENERATION HD1)에서 효과 부족으로 중단된 바 있으나, 현재 용량과 투여 방식을 조정한 새로운 임상 2상(GENERATION HD2)이 진행 중이며 2026년 결과 발표를 앞두고 있다. 아직 상용화 단계는 아니지만, 이러한 신중한 접근과 새로운 연구 결과들은 향후 치료 가능성에 대한 기대를 높이고 있다.
헌팅턴병은 환자뿐 아니라 가족 전체에 영향을 미치는 질환이다. 유전 상담을 통해 가족 구성원의 유전 가능성을 확인하고, 발병 전 삶의 계획을 세우는 것이 중요하다. 증상이 진행되면 일상생활 지원과 간병이 필수적이며, 전문가와 지속적으로 상담하며 관리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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