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홋카이도 삿포로에서 만난 진짜 수프카레 이야기

김이 모락모락 나는 수프카레 한 그릇

 

삿포로의 2월 오후, 눈발이 날리는 거리를 걷다 보면 어느새 코끝이 시려와요. 하얀 입김을 내뱉으며 골목길을 돌아서자, 따뜻한 향신료 향기가 콧속을 간질여요. 바로 홋카이도가 자랑하는 수프카레의 향기예요. 유리창 너머로 보이는 노란 조명과 김이 모락모락 피어오르는 그릇들, 그 순간 나는 이미 문을 밀고 들어가고 있었어요.

홋카이도 수프카레, 어떻게 시작됐을까

수프카레는 1970년대 삿포로에서 탄생한 홋카이도의 대표 로컬 음식이에요. 일반 카레와 달리 국물이 많고 묽은 형태로, 큼직하게 썬 채소와 고기가 통째로 들어가 있는 게 특징이죠. 처음엔 '약선카레'라는 이름으로 건강식을 지향하며 시작됐는데, 지금은 삿포로 시내 곳곳에 200개가 넘는 전문점이 생겨날 만큼 사랑받고 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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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히 겨울철 홋카이도는 영하 10도 이하로 떨어지는 날이 많아서, 몸을 녹여줄 뜨끈한 한 그릇이 절실해요. 수프카레는 이런 기후에 딱 맞는 음식으로 자리 잡았고, 이제는 삿포로를 찾는 여행자들의 필수 코스가 됐죠.

수프카레 맛집 골목, 스스키노에서의 점심

삿포로 스스키노 거리 전경

 

오전 11시 반, 삿포로 지하철 스스키노역에서 내려 5분쯤 걸으니 골목 안쪽에 작은 수프카레 전문점이 보여요. 나무 간판에 손글씨로 쓰인 가게 이름이 정겨워요. 문을 열고 들어서자 카운터 6석, 테이블 2개뿐인 아담한 공간이지만 벌써 절반이 차 있어요. 현지인들이 많다는 건 맛집의 확실한 증거죠.

 

메뉴판을 받아들고 고민에 빠져요. 치킨, 포크, 람, 해산물… 베이스도 토마토, 코코넛, 정통 스파이스 등 다양해요. 매운맛 단계는 1단계부터 50단계까지 있는데, 주인아주머니는 처음이라면 5~10단계를 추천한다고 해요. 나는 치킨 베이스에 8단계로 주문했어요.

 

약 15분 후, 깊은 그릇에 담긴 수프카레가 등장해요. 노란 국물 위로 커다란 닭다리 하나, 반으로 자른 감자, 당근, 가지, 파프리카, 브로콜리가 제각각의 색을 뽐내며 떠 있어요. 밥은 따로 나오는데, 긴 쌀로 지은 밥이 수프와 궁합이 좋아요.

한 숟가락에 담긴 홋카이도의

수프카레 속 큼직한 채소와 닭다리

 

첫 한 숟가락을 떠서 입에 넣는 순간, 복합적인 향신료의 풍미가 입안 가득 퍼져요. 생각보다 맵지 않고, 오히려 은은한 단맛과 깊은 감칠맛이 느껴져요. 육수는 진하지만 느끼하지 않고, 채소 본연의 단맛이 국물과 어우러져 균형을 이뤄요.

 

닭다리는 포크로 툭 건드리면 살이 부드럽게 떨어질 정도로 푹 익었고, 감자는 겉은 단단하지만 속은 포슬포슬해요. 가지는 국물을 머금어 부드럽고, 파프리카는 씹는 맛이 살아있어요. 하나하나가 주인공 같은 그릇이에요.

 

밥을 한 숟가락 뜨고 수프에 살짝 적셔 먹으면 천국이 따로 없어요. 점점 몸이 따뜻해지고 이마에 땀이 살짝 맺혀요. 창밖엔 여전히 눈이 내리지만, 나는 그릇을 붙잡고 행복에 빠져 있어요.

삿포로에서 보낸 따뜻한 하루

저녁엔 호텔 근처 편의점에서 산 홋카이도산 우유를 마시며 하루를 정리했어요. 창밖으론 여전히 눈이 내리고, 몸은 여전히 수프카레의 온기로 따뜻해요. 하루에 두 그릇을 먹었지만 전혀 물리지 않았어요. 오히려 내일 또 어떤 가게를 가볼까 벌써부터 설레요.

 

수프카레 한 그릇은 단순한 한 끼가 아니었어요. 그 안에는 홋카이도의 겨울, 삿포로 사람들의 따뜻한 일상, 그리고 낯선 여행자를 반기는 환대가 담겨 있었어요. 뜨거운 국물 한 숟가락이 몸과 마음을 녹이는 경험, 그건 어쩌면 여행이 주는 가장 소박하고도 확실한 행복이 아닐까요. 삿포로의 수프카레는 지금도 제 기억 속에서 따뜻하게 김을 내뿜고 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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