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리 근교 베르사유 궁전. 화려한 황금빛 홀과 거울의 방을 보기 위해 세계 각국의 관광객들이 몰려들어요. 하지만 정작 베르사유에서 가장 아름다운 순간은 궁전을 뒤로하고 공원 깊숙이 걸어 들어갈 때 시작되죠. 6월의 햇살이 수로 위를 반짝이고, 거대한 플라타너스 나무 그늘 아래로 서늘한 바람이 지나가요. 발밑 잔디에선 풀냄새가 올라오고, 멀리서 새소리와 나뭇잎 스치는 소리만 들려요. 이곳이 바로, 많은 여행자들이 놓치는 베르사유의 진짜 얼굴이에요.

베르사유 궁전을 지나 공원으로
대부분의 여행자는 베르사유 궁전 입장권을 끊고 화려한 실내를 둘러본 뒤, 바로 뒤편의 베르사유 정원까지만 구경하고 돌아가요. 분수쇼가 열리는 정형식 정원은 확실히 볼거리가 많죠. 하지만 정원을 지나 더 깊숙이 들어가면, 완전히 다른 세계가 펼쳐져요. 바로 '베르사유 공원(Parc de Versailles)'이에요.
공원은 정원보다 훨씬 넓고, 자연스러워요. 인공적인 화단과 조각상 대신 끝없이 이어지는 수로, 드넓은 잔디밭, 그리고 하늘을 가릴 만큼 거대한 나무들이 양옆으로 늘어서 있어요. 이곳은 루이 14세 시절부터 왕족들이 산책하고 사냥을 즐기던 공간이었어요. 지금은 누구나 무료로 들어가 여유롭게 걸을 수 있답니다.

수로를 따라 걷는 평온한 오후
베르사유 공원의 중심은 'Le Grand Canal(그랑 카날)'이라 불리는 거대한 십자형 수로예요. 길이가 약 1.6km에 달해, 멀리서 보면 수평선처럼 보일 정도죠. 수로 양쪽으로는 4열의 플라타너스 가로수가 끝없이 이어지고, 그 사이로 난 자갈길을 따라 천천히 걸으면 시간 가는 줄 모르게 돼요.
오후 2시쯤 공원에 들어서면 햇빛이 나무 사이로 비스듬히 들어와요. 그늘과 빛이 교차하는 길 위를 걷다 보면, 마치 인상파 그림 속을 산책하는 기분이 들어요. 가끔 조깅하는 사람, 자전거 타는 가족, 돗자리 깔고 책 읽는 연인이 보이지만, 워낙 넓어서 혼잡하지 않아요. 궁전에서 들려오던 인파의 소음은 온데간데없고, 오직 바람과 물소리, 발소리만 남아요.
수로 끝까지 걸어가면 작은 보트 대여소가 나와요. 여름엔 노 젓는 보트를 빌려 수로 위를 떠다닐 수도 있어요. 물 위에서 바라보는 베르사유 공원은 또 다른 감동을 선사하죠.
잔디밭에 앉아 느끼는 프랑스식 여유
공원 곳곳엔 드넓은 잔디밭이 펼쳐져 있어요. 프랑스 사람들은 이곳에 돗자리를 펴고 피크닉을 즐기거나, 그냥 잔디에 누워 하늘을 바라보기도 해요. 궁전 근처 카페에서 샌드위치와 과일, 음료를 사 와서 간단히 점심을 해결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에요.
잔디에 앉아 있으면 시간이 멈춘 것 같아요. 멀리서 아이들 뛰노는 소리, 새들이 지저귀는 소리, 바람에 나뭇잎 흔들리는 소리가 자연스럽게 어우러져요. 스마트폰을 내려놓고 그저 풍경을 바라보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충전되는 시간이죠.
특히 해질 무렵이 아름다워요. 석양이 수로와 나무들을 황금빛으로 물들이면, 베르사유 공원은 그야말로 한 폭의 그림이 돼요. 이 순간을 사진에 담고 싶다면 카메라를 챙겨가는 걸 추천해요.

베르사유 공원이 주는 선물
베르사유 궁전은 화려하고 웅장해요. 하지만 진짜 여행의 깊이는 궁전 밖, 공원 깊숙한 곳에서 발견돼요. 수로를 따라 걷고, 잔디밭에 앉아 바람을 느끼고, 나뭇잎 흔들리는 소리에 귀 기울이는 순간. 그 평온함과 낭만이 바로 베르사유가 우리에게 주는 진짜 선물이에요.
여행은 많은 것을 보는 게 아니라, 깊이 느끼는 거라고 생각해요. 베르사유 공원은 그걸 가르쳐줘요. 서두르지 않고, 천천히 걷고, 그냥 존재하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아름다운 시간이 있다는 걸요. 다음 파리 여행 계획이 있다면, 꼭 반나절은 베르사유 공원을 위해 남겨두세요. 그곳에서 당신만의 평화로운 순간을 만날 수 있을 거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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