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항 출국장의 차가운 형광등 아래, 캐리어를 끌며 보안검색대로 향하는 발걸음이 분주합니다. 주변에서는 X-ray 기계가 돌아가는 낮은 기계음과 함께, "이 물건은 반입이 안 됩니다"라는 보안요원의 목소리가 들립니다. 순간 얼굴이 붉어진 여행객이 가방을 다시 여는 모습을 보며, 나도 모르게 내 가방 속을 떠올리게 됩니다. 설렘 가득한 여행의 시작점에서 예상치 못한 당황스러움을 겪지 않으려면, 기내반입금지물품에 대한 정확한 이해가 필수입니다.

생각보다 많은 사람들이 놓치는 기내 반입 규정의 기본
최근, 항공 보안 규정은 전 세계적으로 더욱 엄격해졌습니다. 테러 방지와 기내 안전을 위해 국제민간항공기구(ICAO)가 정한 기준을 각국이 준수하고 있으며, 우리나라 역시 국토교통부와 항공사들이 이를 철저히 적용하고 있습니다. 기내 반입이 금지된 물품은 크게 '위험물', '날카로운 물건', '액체류 제한 물품' 세 가지 범주로 나뉩니다.
위험물에는 인화성 물질, 폭발물, 독극물, 부식성 물질이 포함됩니다. 일상적으로 사용하는 라이터는 1개까지 휴대 가능하지만, 라이터 연료나 성냥은 기내 반입과 위탁 수하물 모두 금지입니다. 캠핑용 가스통, 부탄가스, 휴대용 버너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많은 분들이 놓치는 부분이 바로 배터리류입니다. 보조배터리는 100Wh 이하면 기내 반입이 가능하지만, 160Wh를 초과하면 반입 자체가 불가능합니다.
칼이나 가위만 조심하면 될까? 날카로운 물건의 범위
날카로운 물건의 기준은 생각보다 광범위합니다. 과도, 칼, 가위(날 길이 6cm 이상)는 당연히 기내 반입이 불가능하며, 반드시 위탁 수하물로 부쳐야 합니다. 그런데 여행 준비 중 화장 파우치에 넣어둔 손톱깎이나 면도기는 어떨까요? 일반 손톱깎이는 기내 반입이 가능합니다. 다만, 날카로운 줄이 달린 손톱깎이는 보안 요원의 판단에 따라 제지당할 수 있습니다. 일회용 면도기는 허용되나, 날을 교체할 수 있는 안전면도기는 날을 분리해야 반입 가능합니다.
등산용 스틱, 골프채, 야구배트 같은 스포츠 용품도 흉기로 간주되어 기내 반입이 금지됩니다. 뜨개질용 바늘, 다트, 드라이버 같은 공구류도 마찬가지입니다. 심지어 코르크 따개나 병따개도 날카로운 부분이 있으면 제지될 수 있으니, 이런 물품들은 애초에 캐리어에 넣어 위탁하는 것이 안전합니다.
가장 많은 실수가 발생하는 액체류 규정, 정확히 알고 가자
보안검색대에서 가장 빈번하게 발생하는 문제가 바로 액체류 반입 규정 위반입니다. 현재도 여전히 적용되는 '100ml 규칙'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해 물병을 버리거나, 값비싼 화장품을 포기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정확한 규정은 이렇습니다. 개별 용기당 100ml 이하여야 하며, 모든 용기를 합쳐 1리터 이하의 투명 지퍼백 1개에 담아야 합니다.
여기서 중요한 점은 '용기의 크기'가 기준이라는 것입니다. 200ml 용기에 50ml만 담았다고 해도 용기 자체가 100ml를 초과하면 반입이 불가능합니다. 이 규정은 물, 음료수, 스프레이, 젤, 로션, 크림, 치약, 헤어왁스, 향수, 마스카라 등 모든 액체 및 젤 형태 물질에 적용됩니다. 심지어 요거트, 잼, 꿀 같은 식품도 액체류로 분류됩니다.
유아 동반 시 분유나 이유식, 의약품은 예외적으로 100ml를 초과해도 반입 가능하지만, 보안검색 시 별도 신고해야 합니다. 면세점에서 구매한 액체류는 밀봉된 면세품 봉투(STEB) 상태로, 규정에 따라 최종 목적지까지 기내 반입이 가능합니다. 다만, 환승 시 국가별 규정이 다를 수 있으므로 확인이 필요합니다.

전자기기와 배터리, 헷갈리는 규정 명확히 정리
스마트폰, 노트북, 태블릿은 기내 반입이 가능하며, 오히려 리튬배터리가 내장된 기기는 위탁 수하물보다 기내 반입이 권장됩니다. 화재 위험 시 기내에서 즉시 대응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보조배터리는 반드시 기내 반입해야 하며, 위탁 수하물에 넣으면 안 됩니다. 용량 표기가 없는 보조배터리는 반입 자체가 거부될 수 있으니, 구매 시 반드시 Wh(와트시) 또는 mAh(밀리암페어시) 표기가 있는 제품을 선택해야 합니다.
전동 킥보드나 전동 휠, 호버보드처럼 리튬배터리가 대용량으로 내장된 기기는 기내 반입과 위탁 수하물 모두 금지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항공사마다 규정이 다르므로 사전에 확인이 필수입니다. 헤어 고데기나 전기면도기처럼 배터리가 분리 가능한 제품은 배터리를 분리해 기내에 반입하고, 본체는 위탁해도 됩니다.
음식물과 의약품, 애매한 경계선
한국 음식이 그리워 김치나 고추장을 가져가려는 분들이 많은데, 액체 또는 젤 형태의 음식물은 액체류 규정을 따릅니다. 100ml 이하 용기에 담아야 기내 반입이 가능하며, 그 이상은 위탁 수하물에 넣어야 합니다. 과일은 대부분의 국가에서 검역 대상이므로, 입국 시 신고하지 않으면 벌금이 부과될 수 있습니다.
의약품은 기내 반입이 가능하지만, 액체 형태라면 역시 100ml 규정을 따릅니다. 다만 당뇨병 환자의 인슐린이나 필수 의약품은 의사 처방전이나 진단서를 지참하면 예외가 인정됩니다. 주사기가 필요한 경우도 마찬가지입니다. 코로나19 이후 손소독제 수요가 늘었는데, 이것도 알코올 함량이 높아 액체류 규정과 인화성 물질 규정 모두 적용받습니다.

국가별로 다른 추가 규정, 사전 확인이 필수
미국행 항공편은 특히 보안검색이 엄격합니다. 파우더 형태 물질(분말)이 350ml(12oz)를 초과하면 기내 반입이 금지될 수 있습니다. 화장품 파우더, 분유, 커피 가루 등도 해당되니 대용량은 위탁해야 합니다. 전자기기는 보안검색 시 전원을 켤 수 있는 상태여야 하므로, 완전히 방전된 기기는 반입이 거부될 수 있습니다.
중국이나 일부 아시아 국가는 라이터 기내 반입조차 금지하는 곳도 있습니다. 호주와 뉴질랜드는 생물 검역이 매우 엄격해서, 육류, 유제품, 과일, 씨앗, 나무 제품까지 신고 대상입니다. 유럽연합 국가들은 액체류 규정을 일부 공항에서 완화하는 시범 운영을 하고 있지만, 현재 대부분의 공항에서는 여전히 100ml 규정이 적용됩니다.
보안검색대, 이렇게 통과하면 빠르고 편리합니다
보안검색대 앞에서 미리 준비하면 시간을 절약할 수 있습니다. 줄을 서는 동안 노트북과 태블릿을 가방에서 꺼낼 준비를 하고, 액체류 지퍼백을 손에 들고 있습니다. 벨트, 시계, 동전, 열쇠는 미리 가방에 넣어두거나 트레이에 올릴 준비를 합니다. 신발을 벗어야 하는 국가(주로 미국)라면 신발 탈착이 쉬운 신발을 신는 것도 요령입니다.
트레이에 물건을 올릴 때는 무거운 물건(노트북, 신발)을 먼저 올리고, 작은 물건(지갑, 휴대폰)은 가방 안에 넣어서 분실을 방지합니다. X-ray를 통과한 후에는 자신의 물건을 빠르게 챙겨 뒤에 오는 사람들의 동선을 막지 않도록 합니다. 만약 추가 검사 대상이 되더라도 당황하지 말고 침착하게 요원의 지시를 따릅니다.
공항 보안검색대를 통과하는 일은 여행의 첫 관문입니다. 이 관문에서 당황하거나 시간을 낭비하지 않으려면, 기내반입금지물품에 대한 정확한 지식과 사전 준비가 필수입니다. 100ml 용기, 투명 지퍼백, 배터리 용량 표기, 날카로운 물건 분류 같은 작은 디테일들이 모여 스트레스 없는 출국 경험을 만들어냅니다. 다음 여행을 준비하실 때 이 글을 체크리스트처럼 활용해 보세요.
차분하게 준비한 만큼, 여행은 설렘과 기대로 가득 찬 시간이 될 것입니다. 낯선 하늘 아래에서 마주할 새로운 경험들을 위해, 오늘 우리는 조금 더 똑똑한 여행자가 되어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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