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슐랭이 인정한 부산 라멘집
부산 해리단길에는 점심시간이면 어김없이 줄을 서는 작은 라멘집이 하나 있어요. 투명한 유리문 너머로 보이는 하얀 김, 쫄깃한 면을 건져 올리는 소리, 돈코츠 육수가 끓는 진한 향. 나가하마 만게츠는 미슐랭 가이드가 선정한 부산의 대표 라멘집으로, 화려하지 않지만 본질에 충실한 맛으로 많은 사람들의 사랑을 받고 있어요.

줄 서서 먹는 이유, 맛으로 증명하다
오전 11시, 오픈 시간에 맞춰 도착했는데도 벌써 15팀이 대기 중이었어요. 주말이나 점심시간에는 30분 정도 기다리는 건 기본이에요. 하지만 회전율이 빠른 편이라 생각보다 금방 자리가 나요. 대기하는 동안 주방 안쪽에서 면을 삶고, 육수를 저으며, 차슈를 올리는 일련의 과정을 지켜보는 것도 나름의 재미예요.
테이블에 앉으면 주문은 간단해요. 기본 나가하마 라멘 하나, 면 곱빼기 여부, 차슈 추가 여부만 결정하면 돼요. 가격은 1만 원 내외로 합리적인 편이에요. 얼마 지나지 않아 김이 모락모락 나는 라멘 한 그릇이 눈앞에 놓여요. 하얀 돈코츠 육수 위로 얇게 썬 차슈, 파, 김, 붉은 생강이 단정하게 올려져 있어요.
첫 술을 떠서 육수를 마시는 순간, 왜 이곳이 미슐랭 가이드에 이름을 올렸는지 알 수 있어요. 진하지만 느끼하지 않고, 고소하지만 짜지 않아요. 돼지뼈를 오래 끓여 우려낸 깊은 맛이 입안 가득 퍼지지만 MSG 특유의 텁텁함은 전혀 없어요. 면은 가느다란 스트레이트 면으로 쫄깃하면서도 부드러워요. 후루룩 한입 넣으면 육수가 면에 딱 감기면서 조화를 이루죠.

심플한 메뉴, 확실한 정체성
나가하마 만게츠의 가장 큰 매력은 메뉴를 복잡하게 늘리지 않았다는 점이에요. 일본 현지 라멘 스타일 그대로, 한 가지 메뉴에 집중해요. 덕분에 매번 방문해도 일정한 맛을 유지해요. 차슈는 부드럽게 익혀져 있어 젓가락으로 살짝만 눌러도 부서질 정도예요. 육수에 적셔 먹으면 고기의 감칠맛이 한층 깊어지죠.
토핑도 과하지 않아요. 김은 육수에 살짝 적셔 먹으면 고소한 맛이 더해지고, 붉은 생강은 느끼함을 중화시켜 줘요. 파는 신선한 식감을 더해주고요. 모든 재료가 서로를 방해하지 않고 각자의 역할을 충실히 해내요. 그래서 한 그릇을 다 먹고 나면 배는 부르지만 속은 편안해요.
곱빼기를 시키지 않아도 면의 양은 적당한 편이에요. 하지만 국물까지 다 마시고 싶을 만큼 맛있어서, 면을 추가하거나 차슈를 더 시키는 사람들이 많아요. 특히 차슈는 두 장 정도 추가해서 먹으면 훨씬 풍성한 한 끼가 돼요. 가격 대비 만족도가 정말 높은 편이에요.

부산에는 맛집이 많지만, 미슐랭 가이드에 이름을 올린 곳은 손에 꼽아요. 그중에서도 나가하마 만게츠는 가격, 맛, 접근성 모두를 갖춘 곳이에요. 특히 라멘을 좋아한다면 부산 여행 중 꼭 한 번은 들러볼 만한 가치가 있어요. 혼자 여행 중이라면 카운터석에 앉아 조용히 한 그릇 후루룩 비우는 것도 좋은 추억이 될 거예요.
부산 해운대에서 만난 나가하마 만게츠는 화려하지 않지만 진심이 담긴 한 그릇을 내어주는 곳이에요. 미슐랭 가이드라는 타이틀보다, 그 안에 담긴 정성과 본질에 집중하는 태도가 더 인상 깊었어요. 한 가지 메뉴에 집중하며 꾸준히 같은 맛을 지켜낸다는 건, 어쩌면 가장 어렵고도 귀한 일일지 모르겠어요.
부산을 찾는다면, 해리단길에서 김 모락모락 나는 라멘 한 그릇으로 소박하지만 진한 행복을 느껴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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